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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결과물을 가볍게 정리하는 곳

  • 차분히 자리청소를 하는 것의 의미

    차분히 자리청소를 하는 것의 의미

    인도 뉴델리 공항에 내려 입국 심사를 하던 때가 기억난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서둘러 움직이는 다른 한국인들과 함께 입국 심사대로 도착했다. 그러나 심사대는 한 명의 직원만 일을 하고 있어 진도가 매우 느렸다. 그러다 다른 한 명이 와서 이제 좀 빨리 일 처리가 되나보다 했다. 그러나 그 직원이 와서 바로 일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앉아서 자리를 닦고, 키보드를 천천히 청소하며 준비하는 데에만 거의 10분 넘게 시간을 썻던 기억이다.

    당시에는 키보드를 천천히 청소하며 업무를 준비하던 이 직원이 답답했고, 인도니까 일처리가 이런 식으로 늦는구나 싶었다. 그런데 문득, 사무실의 내 자리를 청소하면서 다른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은 오랫동안 지치지 않기 위해서 나름의 일상 루틴을 지키고 있었구나 싶었다. 청소를 하면서 차분히 마음을 가다듬고, 내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일에 끌려다니며 쫓기듯 임하면 에너지 소모가 더욱 크다. 결국 소진된 에너지를 채우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하고, 그나마 쉬는 시간이 생겨도 쉬는 것 자체에 집중하지 못해서 짧은 클립영상을 보며 더 피곤해진다. 장거리 달리기를 할 때 자세를 올바르게 유지하고 코어근육을 잡은 채로 달려야 덜 지치고 관절도 망가지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나에겐 주변 청소/정리를 규칙적으로 하고, 글을 적는 것이 이런 루틴이다. 더 중요한 루틴을 우선적으로 지키자. 물론 달리다 돌부리에 걸리거나 다른 사람에게 부딪혀 휘청일 수는 있다. 가끔 넘어질 수도 있다. 그래도 이 루틴으로 다시 돌아오는 법을 기억하고 행한다면 다시 달릴 수 있을 것이다.

  • 맛없는 커피를 피해 달아난 곳

    원두가 다 떨어졌다.

    요즘 회사에서 커피를 주로 마시다보니 집에 원두가 다 떨어져 가는 것을 신경쓰지 않고 있었다.

    급한대로 묵은 디카페인 원두를 갈아 커피를 내려본다.

    호감 가지 않는 쓴맛이 몰려온다.

    맞다. 이렇게 묵을 때까지 놔둔 것은 이유가 있었을테지.

    그 이유를 잊은 채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또 이런 실수를 하지 않도록 원두를 새로 주문해야겠다.

    오늘 내린 커피는 마시면 마실 수록 잠으로 더 빠져들고 싶어지는 맛이다.

    디카페인이라 각성 효과가 거의 없다는 것 뿐만이 아니다.

    마음 깊은 곳 회피기제를 자극한다.

    깨어서 이렇게 맛없는 커피를 마시지 않고 잠에 들어 편안해지고 싶다.

  • 자연 기록

    아무렇게나 꾸며진 화단 구석에 나팔이 한 송이 피어 저 나름의 음악을 들려주고 있었다.

    엉겅퀴도 꽃이 만개해서 꽃가루를 한껏 묻힌 채 벌들을 부르고 있었다.

    이름도 모를 온갖 풀들도 나름대로 꽃을 피워내고 있었다.

    이 파란 색 꽃들은 벌써 일부는 피었다가 지고 소인국의 열매처럼 내 지문 너비밖에 안될 것 같은 열매를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