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 뉴델리 공항에 내려 입국 심사를 하던 때가 기억난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서둘러 움직이는 다른 한국인들과 함께 입국 심사대로 도착했다. 그러나 심사대는 한 명의 직원만 일을 하고 있어 진도가 매우 느렸다. 그러다 다른 한 명이 와서 이제 좀 빨리 일 처리가 되나보다 했다. 그러나 그 직원이 와서 바로 일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앉아서 자리를 닦고, 키보드를 천천히 청소하며 준비하는 데에만 거의 10분 넘게 시간을 썻던 기억이다.
당시에는 키보드를 천천히 청소하며 업무를 준비하던 이 직원이 답답했고, 인도니까 일처리가 이런 식으로 늦는구나 싶었다. 그런데 문득, 사무실의 내 자리를 청소하면서 다른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은 오랫동안 지치지 않기 위해서 나름의 일상 루틴을 지키고 있었구나 싶었다. 청소를 하면서 차분히 마음을 가다듬고, 내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일에 끌려다니며 쫓기듯 임하면 에너지 소모가 더욱 크다. 결국 소진된 에너지를 채우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하고, 그나마 쉬는 시간이 생겨도 쉬는 것 자체에 집중하지 못해서 짧은 클립영상을 보며 더 피곤해진다. 장거리 달리기를 할 때 자세를 올바르게 유지하고 코어근육을 잡은 채로 달려야 덜 지치고 관절도 망가지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나에겐 주변 청소/정리를 규칙적으로 하고, 글을 적는 것이 이런 루틴이다. 더 중요한 루틴을 우선적으로 지키자. 물론 달리다 돌부리에 걸리거나 다른 사람에게 부딪혀 휘청일 수는 있다. 가끔 넘어질 수도 있다. 그래도 이 루틴으로 다시 돌아오는 법을 기억하고 행한다면 다시 달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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